무엇이 당신을 당신으로 만드는가?
네트워크 속에서 되묻는 나의 고유성

네트워크 속에서 되묻는 나의 고유성

특이점 이론에 따르면 2045년 즈음에는 사람의 뇌를 컴퓨터에 올릴 수 있게 되고, 그렇게 올라간 데이터를 하나의 ‘인격체’로 인정받을 수 있게 된다고 한다. 그렇다면 지금부터 생각해볼 거리가 많다.
업로드된 데이터에는 신체와 같은 같은 물리적인 요소가 없다. 그렇다면 데이터의 무엇을 보고 남자라고 부를 수 있을까. 데이터를 보고 못생겼다고 말할 수 있을까. 궁극적으로, 무엇이 사람을 “사람”으로 만드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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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정답으로 스무고개를 해보자. 아마 답을 맞출 확률이 매우 낮을 것이다. 사람을 정의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크기가 크면 사람인가? 꼭 그렇지는 않다. 사람은 작았다 커진 후에, 다시 작아진다. 두 발로 걸어다니면 사람인가? 펭귄도 두 발로 걸어다닌다. 심지어 ‘사람 같지도 않은 놈’ 같이 사람처럼 생겼지만 도저히 사람이라 부를 수 없는 것도 있다. 이렇듯 사람이라는 존재는 수많은 요소의 교집합에 위치한다.
그렇기에 스무고개의 정답을 ‘사람’으로 정하면 십중팔구 욕을 먹는다. 만약 ‘판다’ 같은 걸로 정한다면 욕을 먹지 않을 것이다. 그때 재밌는 이야기가 하나 나온다. “할거면 알만한 사람으로 해라”
즉 사람이라고 불리기 위해서는 존재의 고유성이 필요하다. 고유한 존재일수록 **색인(Indexing)**이 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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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이런 일이 있었다. 이미지 파일을 저장소에 업로드하는데 특정 이미지만 올리면 다른 이미지가 덮어씌워지는 문제가 있었다. 원인을 알아보니 업로드 과정에서 압축과 암호화 알고리즘을 돌리는데, 여기서 매우 낮은 확률로 해시값이 겹쳐 충돌이 발생하는 문제가 있었다.
파일 시스템에서 동일한 해시는 존재할 수 없다. 만약 해시가 겹친다면 둘 중 하나가 일어난다. 시스템 충돌이 일어나거나, 파일이 덮어씌워져 사라진다. 사람의 뇌를 컴퓨터에 업로드하면 아날로그를 디지털 파동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이미지 파일처럼 소실되는 것이 있을 것이다. 그렇게 올라간 ‘나’라는 데이터의 해시값이 겹친다면? 세계가 충돌나거나, 나의 존재가 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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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시값은 정해진 알고리즘을 통해 정해진 길이로 바뀌어 반환되는 문자열을 말한다. 우리는 저마다의 해시값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 우리는 과도하게 네트워크 속에서 동기화되어, 이내 존재 자체가 흐려지고 있다는 두려움이 있다. 그렇기에 생각해본다. “나의 해시값을 고유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할까?”
이는 마치 필멸자에서 벗어나겠다는 비장한 각오처럼 느껴진다. 모난 돌이 되겠다는 선언처럼 들리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남들과 다른 선택을 하며 오는 두려움과 비아냥을 견딜 수 있게 해주는 작은 ‘만트라’가 된다. 고유성을 지키고 만들어나가는 노력이 결국 사람을 사람답게 만들어줄 것이다.
이제 스스로에게 물어볼 차례이다. “무엇이 당신을 당신으로 만드는가?”